라라랜드 (La La Land, 2016)
2017.01.03

★★★★★

 

 

만약에, 라고. 가장 괴로웠던 순간에는 늘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. 

 

만약에 그때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. 만약에 그때 훼방꾼이 나타나지 않았다면. 만약에 그때 거기 가지 않았다면. 

만약에 내가 술을 마시고 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. 만약에 그때 니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. 

 

만약에 내가 조금 더 강한 사람이었다면. 만약에 니가 조금 더 우리를 믿었다면. 

만약에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. 만약에 인연이 끝났던 그 마지막이라도 다시 되풀이할 수 있다면. 만약에. 만약에. 그렇게 만약에, 가 쌓여 뭔가 단단히 움켜쥘 수 있는 닻과 같은 것이 되어준다면, 그래서 내가 지금 이 꼴사납고 남부끄러운 감정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면.

 

그러나 인생은 대개 꼴사납고 남부끄러운 일의 연속이다. 

 

우리는 이별에 특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해 있는 힘껏 자책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헤어지는 건 ‘그냥’ 헤어지는 거다.  만약에, 를 여러 번 곱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.

 

그래서 만약에, 라는 말은 슬프다. 이루어질 리 없고 되풀이될 리 없으며 

되돌린다고 해서 잘될 리 없는 것을 모두가 대책 없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 

만약에, 는 슬픈 것이다. 당신이 <라라랜드>에 무너져내렸다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.

 

..글 : 허지웅